The Grey Woman | 엘리자베스 개스켈 | 이리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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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img src="/icons/alien_gray.svg" alt="/icons/alien_gray.svg" width="40px" /> “엘리자베스 개스켈은 시대와 유행에 퇴색되거나가치가 떨어질 수 없는 천재다.” _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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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눌린 여성의 운명과 욕망이 불 꺼진 집 안을 벗어났을 때 생겨나는 서스펜스
🧟♂ 찰스 디킨스에게 엄청난 찬사를 받았던 작가이자 인도주의자라 불리며 인간에 대한 선의와 신뢰를 잃지 않았던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대표 공포소설 세 편을 담았다. 세 작품 모두 작가의 단행본으로서는 국내에 처음 출간되는 것. 표제작이자 대표작인 단편 〈회색 여인〉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주변의 권유와 쉽게 거스르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 여성이 잔혹한 살인마라는 남편의 정체를 눈치채고 그를 피해 달아나는 과정을 그린 숨 막히는 고딕 스릴러다.
개스켈은 억눌린 여성의 운명이나 욕망이 불 꺼진 집 안을 벗어났을 때 생겨나는 서스펜스를 촘촘하고 폭발력 있게 그린 다수의 단편을 남겼는데, 이는 사회적 약자의 박탈된 희망을 대변하는 고딕소설의 장르적 특성과 맞물려 고딕소설사에 개스켈만의 공고한 영역을 만들어주었다.
📚엘리자베스 개스켈, 〈회색 여인〉 줄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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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아나'는 주변의 권유와 쉽게 거스르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결혼한다. 남편의 성안에 갇혀 제한적인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우연히 남편이 잔혹한 살인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나는 자신의 하녀 ‘아망테’와 성에서 도망쳐 나오는데......
👥 “내 아내가 내 일에 관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알게 되는 때가 온다면, 그날이 아내의 제삿날이 될 거야.” | | --- |
살인마 남편과 맥락 없는 폭력에 맞서는 여성들의 불안을 촘촘하고 폭발력 있게 그린 고딕 스릴러
여행을 즐기며 유럽의 수많은 도시를 방문했던 엘리자베스 개스켈은 작품 속 인물들도 끊임없이 낯선 공간으로 이동시킨다. 1692년 ‘세일럼 마녀재판’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뼈아프게 추적하는 중편 〈마녀 로이스〉의 ‘로이스’는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고향인 영국을 떠나 미국의 세일럼으로 이주한다. 유일한 혈육인 외삼촌이 살고 있던 세일럼은, 그러나 외삼촌의 죽음 이후 점점 더 로이스를 유폐한다. 이방인과 여성을 배척하는 근거 없는 시각이 마법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사회적 광증에 올라타 급기야 로이스를 마녀로 몰아세운다. 하지만 로이스의 이주는 자신의 의사가 아닌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단편 〈늙은 보모 이야기〉의 ‘로저먼드 아가씨’ 역시 부모의 죽음 이후 늙은 보모와 함께 으스스한 친척 집에 맡겨지며 한 자매의 음울한 비밀 속으로 얽혀 들어간다. 한 남자를 두고 벌어진 자매의 질투와 암투는 죄 없는 아이까지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 집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로저먼드 아가씨 또한 아이의 원혼에 시달린다. 단지 계속 살아가기 위해 이동하거나 불합리한 현실에 대항해 떠나는 여성들에게는 더 나은 선택지가 없었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위협과 위험에 놓인다.
“갈 테면 가라지. 어딜 가든 내가 따라갈 거니까.”(〈회색 여인〉, 51쪽)
살인마 남편을 피해 하녀인 ‘아망테’와 함께 필사의 탈주를 하는 〈회색 여인〉 속 ‘아나’도 마찬가지이지만, 눈여겨볼 점은 아나를 보호하는 아망테의 존재처럼 세 작품 모두 여성의 불가결한 이동을 돕는 또 다른 여성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아망테는 남장을 한 채 아나의 탈출을 주도하는데, 이것은 얼핏 ‘대리 남편’이나 ‘유사 남편’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즉 죽을힘을 다해 달아나는 여정 속에서도 미묘하고 섬세하게 감정을 교환하는 두 여성의 모습은, 폭력적인 ‘진짜 남편’의 모습에 포개져 이상적인 결혼상에 대한 제시나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 있다. 덧붙여 시종 긴박감 넘치는 장면전환과 속도감 넘치는 묘사로 소설을 시각화하는 〈회색 여인〉은, 한 편의 인상적인 ‘버디 무비’나 ‘로드 무비’를 연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