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megranate Seed | 이디스 워튼 | 송은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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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img src="/icons/alien_gray.svg" alt="/icons/alien_gray.svg" width="40px" /> 워튼은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하나다. ─ 《옵저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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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성 퓰리처상 수상 작가 이디스 워튼이 초대하는 위험하지만 매혹적인 진홍빛 공포의 세계
🧟♂ 이디스 워튼은 《순수의 시대》, 《기쁨의 집》, 《이선 프롬》 등의 작품으로 세계문학사에 분명한 이정표를 새긴 작가이자 국내에도 수많은 고정 독자를 가진 작가이지만, 그가 꾸준히 고딕소설을 써오며 고딕소설사에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워튼의 고딕소설 세 편과 대표작 한 편을 담은 이 책은, 위선적인 미국 상류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했던 다른 작품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미스터리와 그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고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다.
표제작인 단편 〈석류의 씨〉는 결혼과 함께 집 안이 유일한 활동 영역이 되어버린 여성이 의문의 편지에 담긴 비밀을 밝혀나가며 여성에 대한 금기와 혐오, 불안과 대면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이디스 워튼이 일상과 가정이라는 안락하지만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시공간 위에 열어놓는 공포의 세계는, 위험하지만 매혹적이다.
📚이디스 워튼, 〈석류의 씨〉 줄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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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은 남편인 ‘케네스’의 사랑을 받으며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날부터 날아든 의문의 회색 편지는 점차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고, 샬럿의 위태로운 삶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낸다. 샬럿은 회색 편지를 받을 때마다 남편의 태도가 차갑게 바뀐다는 사실을 눈치채고도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행복을 지탱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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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라는 감옥에 갇힌 여성의 불안과 공포를 담아내는 섬세하고 설득력 있는 문장
《석류의 씨》의 인물들은 모두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다. 이 진실이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알면서도 애써 외면해온 것, 마지막 몇 조각이 맞춰지며 그림이 완성되는 퍼즐에 가깝다. 단편 〈편지〉의 주인공 ‘리지’는 이해심 많은 아내, 현명한 엄마로서 헌신과 희생이 사랑의 본질이라 여기며 살아가지만, 결혼 전 자신이 남편에게 보냈던 연모의 편지가 뜯기지도 않은 상태로 외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남편에게 느끼는 실망감이나 혐오감보다 최악인 것은 “갑자기 드러난 사실에 그녀가 정말로 놀라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리지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라는 역할에서 벗어난 자신은 상상해본 적 없었다. 남성이 없는 여성의 삶은 미완이라 여겨지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리지는 기만에 가까운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된 뒤에도 선뜻 남편을 떠나지 못한다. 애초에 ‘누구의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한 탓이다. 리지의 조력자인 또 다른 여성 ‘앤도라’가 “우리 여자들 마음을 믿지요?”라며 리지를 이해해보려 하지만, 누구의 무엇이 아닌 채 살아도 괜찮다는 자명한 사실만큼은 앤도라 역시 깨닫지 못한다.
이렇게 삶의 범위가 확장되었음에도 결국은 그 너머 개인적 삶의 공허한 여백만을 더 절실히 의식하게 되었다. 새로운 생활이 준 여유를 갖고 나서야 비로소 무엇이 사라져버렸는지 깊이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런 공허함 때문에 그녀는 이를 순간적인 감정들로 채우려 애썼다. 그녀는 되는대로 넣은 가구가 있고, ‘일단 보고 마음에 들면’ 사기로 한 장식품들이 끝없이 들어오는 정리가 덜 끝난 집의 소유자 같았다.(〈편지〉, 39쪽)
〈석류의 씨〉의 ‘샬럿’ 또한 얼핏 남편인 ‘케네스’의 사랑을 받으며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날부터 날아든 의문의 회색 편지는 점차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고, 샬럿의 위태로운 삶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낸다. 샬럿은 회색 편지를 받을 때마다 남편의 태도가 차갑게 바뀐다는 사실을 눈치채고도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행복을 지탱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회색 편지는 점점 더 샬럿의 행복을 잠식하고 편지의 발송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듯한 시어머니마저 이에 대해 함구하면서, 샬럿은 “비겁한 인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진실”(소설가 최은영 추천사)이며 “‘거짓말 위에 세워진’ 행복은 언제나” 무너진다는 씁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삶의 진실에 다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