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ninvited | 도러시 매카들 | 이나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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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에서 가장 단단하고 정교하게 축조된 ‘유령의 집’이자 현대 여성 고딕소설이 이루어낸 눈부신 성취
🧟♂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아일랜드 작가 도러시 매카들의 첫 소설이자 문학사에서 가장 단단하고 정교하게 축조된 ‘유령의 집’으로 손꼽히는 작품. 도시 생활에 찌든 남매가 아름다운 바닷가의 전원주택을 사들이고 기이한 사건들을 경험하며 집에 얽힌 미스터리를 폭로해나가는 이야기는, 그러나 그 익숙한 흐름을 단번에 전복시키는 놀라운 반전을 숨기고 있다.
페미니스트이자 정치운동가이기도 했던 매카들은 자신을 “후회도, 부끄러움도 없는 선동가”라고 규정했는데, 스스로 정의한 그 정체성은 소설가로서의 이력을 쌓은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고딕의 문법을 가장 모범적으로 재현해낸 소설이자 고딕소설의 전통 속에서 여성의 위치를 예리하게 인식하고 문제 제기 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초대받지 못한 자》가 바로 그 증거다. 덧붙여 정치 활동을 함께한 동지이자 절친한 친구였으며, 후에 아일랜드의 대통령이 되는 에이먼 데벌레라에게 가려졌던 정치운동가로서의 업적과 달리 그의 문학적 성취는 재조명되고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전통적인 여성상을 단번에 허물어뜨리는 세심하고 소중한 반전
시간이 흐르면 사건은 지나가지만 장소는 거기에 남아 그것을 기억한다. 누군가의 죽음이 얽혀 있거나, 특히 그 죽음에 의혹이 있을 때 그것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 여기, 탁 트인 바다 전망의 ‘클리프 엔드’라는 집이 있다. 오래전 이 집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졌고, 그 사건은 이후의 입주자들에게 ‘불쾌한 소란’을 경험하게 한다. 마지막 입주자 역시 채 몇 달을 견디지 못하고 이 집을 떠나야 했는데, 그것도 이미 6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남매인 ‘로더릭 피츠제럴드’와 ‘패멀라 피츠제럴드’가 클리프 엔드에 들어오면서 소설은 비로소 집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폭로해나간다.
“자살 시도, 살인, 유령 등등! 우리가 전설의 중심에 살고 있나봐.”(66∼67쪽)
런던 생활에 지친 피츠제럴드 남매는 한적한 바닷가에 자리한 클리프 엔드라는 집의 매력에 금세 사로잡힌다. 괜찮은 조건에 비해 헐값에 가까웠지만 남매는 별다른 의심 없이 집을 사들인다. 이후 집을 매도한 ‘브룩 중령’과 그의 손녀 ‘스텔라’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교유하며 점차 집에 정착해나간다. 특히 괴팍한 성격의 브룩 중령과 달리 할아버지의 지나친 통제 속에서도 의연함과 의젓함을 잃지 않는 스텔라에게 로더릭은 강한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집에서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이 연이어 일어나고, 급기야 이에 놀란 패멀라가 기절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럼에도 남매는 물러서거나 공포에 질리지 않고 차근차근 기현상에 대해 추리해나간다. 와중에 어릴 적 어머니와 살던 클리프 엔드에 그리움을 느끼며 찾아온 스텔라가 유령에게 죽은 어머니의 모성을 느끼게 되고, 이를 알게 된 브룩 중령은 돌연 스텔라를 감금하려 든다. 이제 남매는 집을 지켜내고 스텔라를 구해내기 위해서라도 클리프 엔드의 비밀을 풀어야 하는데…….
따지고 보면 우리의 임무는 비밀을 캐는 것이었다. 친밀한 우정과 깊고 사적인 슬픔을.(2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