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juguete rabioso | 로베르토 아를트 | 엄지영 옮김

흄세 레터

여긴 지옥이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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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살다보면 쓰레기 같은 짓을 하고, 뼛속까지 타락해서 악랄한 행동을 해야 할 때도 있죠...... 우리는 그러고 난 뒤에야 당당하게 걸어 다닐 수 있어요."

</aside>

위반하거나 배신해야 증명되는 존재들, 그들이 사회와 돈의 세계에 날리는 묵직한 크로스 펀치

🌵보르헤스와 함께 아르헨티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로베르토 아를트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 국내 초역.

자본주의 사회에서 떠밀린 청년이 사회의 중심부에 접근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차별과 가난이라는 절망 속에 자신을 가둔 사회와 돈을 향해 날리는 묵직한 ‘크로스 펀치’라고 할 수 있다. 불운한 삶의 조건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절대로 인생이 불행해지도록 내버려두고 싶지 않은 청년의 마술적 통과제의가 현장감 있는 언어로 그려진다. 위반하거나 배신하지 않고서는 스스로를 증명해내기 어려운 아르헨티나의 혼돈이 반영된 작품이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와 포개 읽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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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장난감》에 대하여


아무도 일러주지 않는 희망과 미래를 스스로 발굴해내야 하는 청년의 생생한 분투

유럽 이민자였던 로베르토 아를트의 부모는 결핵에 걸린 두 아이를 도시의 빈민가에서 맥없이 잃을 정도로 빈곤했다. 게다가 엄혹하기만 했던 아를트의 아버지는 아를트를 일찌감치 집 밖의 세계로 내몬다. 학교를 중퇴하고 열다섯 살부터 항만 노동자, 정비공, 용접공, 서점원 등을 전전한 아를트는, 20세 초 약동하는 아르헨티나의 부흥기를 도시의 이면에서 맨몸으로 받아들인다. 이후 기자로 일하면서 첫 소설 《미친 장난감》을 발표하는데, 아무도 일러주지 않는 희망과 미래를 스스로 발굴해내야 하는 청년의 생생한 분투가 다분히 작가의 자화상을 연상케 한다.

“일이라니, 대체 무슨 일을 하라는 거예요? 제발…… 엄마는 내가 뭘 하기를 바라는 거죠? 나더러 없는 일자리를 만들어내라는 거예요? 내가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거 엄마도 잘 알잖아요?” 나는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틈만 나면 심한 말을 하는 엄마가 원망스러웠고, 하루하루를 가난에 시달리면서 살아도 무관심하고 냉담한 세상이 너무 증오스러웠다. 이와 동시에 이름 모를 고통과 슬픔으로 나를 몰아넣은 것은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확신이었다.(76쪽)

의적소설을 좋아하고 발명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실비오’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 ‘엔리케’, ‘루시오’와 생계를 위해 ‘한밤의 신사들 클럽’이라는 비밀 조직을 결성해 좀도둑질을 일삼는다. 이들은 범죄가 발각돼 판사 앞에 끌려가는 모습을 불안하게 떠올리면서도 돈의 매력에 점차 빠져든다. 도서관에 틈입해 값나가는 책을 훔쳐 나오던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되고, 조직의 활동을 멈춘 채 각자의 삶을 이어나간다. 노골적으로 돈을 벌어 올 것을 종용하는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책방에서 일하게 된 실비오는, 그러나 부당하게 자신을 착취하려고만 하는 책방 주인에게 환멸을 느끼고 책방에 불을 놓아버린다. 이후 어렵사리 들어간 항공 군사학교에서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쫓겨난 뒤 지물포에서 일하며 자리를 잡는 듯했지만, 경찰 수사관이 된 루시오와 거액의 위조수표를 유통시키는 데 성공한 엔리케의 소식을 듣고는 다시금 범죄의 유혹에 빠져든다.

“종이만 팔러 돌아다니는 것도 이제 질렸어. 매일 똑같은 생활이 반복될 뿐이야. 녹초가 될 때까지 매일 일만 하잖아. 이봐, 절름발이. 이렇게 사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우리는 먹기 위해서 일하고, 일하기 위해 먹을 뿐이라고. 즐거운 일도 없고, 파티나 축제에 갈 생각은 꿈도 못 꿔. 그저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잖아, 절름발이. 이제 이런 생활도 지긋지긋해.”(238∼2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