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ian | 헤르만 헤세 | 이노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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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img src="/icons/aquarius_blue.svg" alt="/icons/aquarius_blue.svg" width="40px" /> “해야 할 일은 그냥 아무렇게나 골라잡은 운명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고유한 운명을 발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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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단 하나의 과정,
방향을 잃은 순간이면 언제든 펼쳐볼 세계문학의 고전
🐣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잡이.
‘데미안’을 만난 ‘싱클레어’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깨뜨리며 세상에 나오는 이 작품은 어떤 삶을 살든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고 외친다. 이미 소설가로 명성을 얻었던 헤세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이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마저 헤세가 부수고 싶었던 세계를 가늠하게 한다. 아내의 정신병원 입원, 아들의 중병, 아버지의 사망 등 헤세가 개인적, 사회적으로 큰 위기를 겪고 난 후 발표된 《데미안》은 그의 문학이 내면으로 침잠하는 전환점이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혼란과 우울감에 빠진 독일 국민에게 널리 읽혔고,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발발 이후에는 히피 문화의 성서처럼 여겨졌으며, 오늘날에는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BTS의 앨범 모티프가 되어 다시 주목받는 등 어느 시대든 방향을 잃은 순간이면 언제나 펼쳐볼 수 있는 세계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격동의 순간마다 소환되는 ‘데미안’
“싱클레어의 시간”을 통과하는 오늘날의 독자에게
라틴어 학교에 다니는 열한 살 소년 싱클레어는 자신의 집에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가 공존하고 있음을 느낀다. 싱클레어는 어두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고, 우연히 ‘프란츠 크로머’와 어울렸을 때 자신이 하지도 않은 도둑질을 했다고 거짓말해버리는데, 이를 빌미로 자신을 협박하는 크로머에게 돈을 빼앗기고 심부름을 하는 노예 상태로 전락한다. 싱클레어를 구해준 사람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전학생 데미안이었다. 또한, 데미안은 카인과 아벨, 선과 악 등 그간 싱클레어가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해석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대학에 입학한 싱클레어는 술집에서 소란을 피우는 등 개선의 여지가 없는 망나니로 찍히지만,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이상형을 ‘베아트리체’라고 이름 붙인 후 방탕한 생활을 정리한다. 재대로 얼굴 본 적도 없는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던 중 비에 젖어 번진 그림을 보자 사실 지금까지 자신이 그린 대상이 데미안이었음을 깨닫는다. 이를 계기로 운명이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음을 느낀 싱클레어는 결국 데미안을 만나게 되고, 집에도 초대받아 ‘에바 부인’까지 소개받는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전쟁이 터지고 큰 부상을 당한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 나타나 앞으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해야 할 일은 그냥 아무렇게나 골라잡은 운명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고유한 운명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운명을 자신의 내면에서 온전하게, 굴하지 않고 제대로 살아내는 것이다.(192쪽)
크로머 앞에서 사과를 훔쳤다고 거짓말하는 순간, 싱클레어는 어둠에 붙잡힌다. 하지만 “탕자가 회개하고 되돌아오는 것이 거의 아쉽게” 느낄 만큼 싱클레어는 사실 어두운 세계에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인간이 선함을 추구하는 만큼 악에도 끌리는 본능, 특이 악이 지닌 어떤 비범함에 끌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장면을 이승우 소설가는 “인간의 본성과 운명, 그 어리석음에 대한 신랄한 우화”(《매거진 흄세 시즌 4》)라고 칭하며, 특히 이렇게 유혹에 취약한 시기를 “싱클레어의 시간”이라고 이름 붙인다. 《데미안》이 가장 유명한 성장소설이자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는 이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싱클레어의 시간”을 통과해야 하며, 성인이 된 후에도 끊임없이 유혹에 직면하기 때문일 것이다. 싱클레어는 이 “신랄한 우화”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자신에게 들이닥친 시련을 피하지 않고 맞선다. 주어진 것을 의심하고, 내면에 감춰져 있는 것을 드러내 보여주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깨뜨려 진짜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