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a del male | 그라치아 델레다 | 이현경 옮김

흄세 레터

이 결혼, 해도 될까?

어떤 선택이 옳은지, 마음속으론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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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디로 가야 할까, 어디에서 걸음을 멈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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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마음을 열고 들어온 악에 운명을 내맡긴 존재들, 되돌릴 수 없는 악의 길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진실

여성 작가로서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라치아 델레다의 초기 대표작. 국내 초역.

황폐한 마음에 싹튼 악에 운명을 내맡긴 존재들이 지은 죄와 죄책감의 내적 갈등을 다룬 소설로, 이탈리아 본토와는 또 다른 사르데냐섬의 풍경과 문화도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어리석음과 모순, 그리고 격렬한 열정에 굴복한 사람들이 걷는 악의 길. 그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진실을 포착해낸 순간은 비윤리적인 사회의 공범으로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델레다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1896년 《악의 길》을 처음 발표한 이후 1916년까지 20여 년에 걸쳐 개작하면서 다면적이고 균형 잡힌 등장인물들을 사르데냐섬의 풍경과 문화 안에 녹여냈다.

작품 후반으로 갈수록 각 인물이 겪는 내적 갈등이 극대화되며, 실제로 소리 지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치지 못하는 절규 속에서 각자가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이 비로소 선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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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길》에 대하여


거친 땅에 뿌려졌다가 우연히 싹을 틔운 거짓과 배반, 허영과 기만의 소용돌이

델레다는 사르데냐섬의 내륙지역인 누오로시에서 태어났다.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정교사에게 표준어인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라틴어 등을 배우는 동안 사르데냐 농민들의 삶과 그들의 도전적인 정신에 영감을 받아 단편소설을 쓰는 데 관심을 보였고, 이후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다. 델레다는 수많은 작품에서 독특하고 신비한 사르데냐섬의 풍경과 문화를 다루었는데, 이를 단순히 배경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사르데냐섬은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등장인물들의 삶과 감정에 대한 적절한 은유로 쓰인다. 192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도 ‘고향인 외딴섬’에서의 삶을 맑은 물속처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에트로는 갈아놓은 흙 속의 씨앗처럼 오래 잠을 잤다. 그 역시 신비하고 거친 땅에 아무렇게나 뿌려졌다가 우연히 싹을 틔우고 변덕스러운 날씨와 운명에 몸을 맡긴 씨앗이었다. 그는 한밤중에 일어나 초막으로 들어갔다. 잿빛 안개가 낀 어둠이 고원과 계곡을 덮치고 해변의 산들까지 내려앉아 있었다. 해변에서는 바다의 포효 같은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76쪽)

‘피에트로 베누’는 원초적이고 말수가 적으며 주변 풍경을 자신의 몽상이나 순간적인 열정에 성급히 이입하는 청년이다. 그는 ‘마리아 노이나’의 집에서 하인으로 일하는데, 마리아는 누오로시에서 알아주는 부유한 농부의 딸로 허영심이 있으며 탐욕스럽다. 일을 막 시작할 때만 해도 피에트로는 마리아의 사촌인 ‘사비나’를 사랑한다. 하지만 우연한 엇갈림을 매몰찬 거절로 여겨 괴로워하고, 그 순간 다른 친구 ‘로사’가 “피에트로 베누. 마리아는 사비나를 질투해요”라고 던진 농담에 사로잡혀 마리아를 사랑하게 된다. 마리아는 비천한 출신의 하인들을 경멸하지만 피에트로의 적극적인 구애에 생긴 허영심이 점점 커져 위험한 열정에 자신을 내맡긴다. 부자가 되면 마리아와 결혼할 수 있다고 믿는 피에트로와 달리 마리아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다. 오래전부터 자신을 좋아한, 시의원이자 부유한 목동인 ‘프란체스코 로사나’와 결혼을 결정한다. 분노에 휩싸인 피에트로는 프란체스코를 죽여버리겠다며 숙모 집에서 몰래 권총을 챙겨 나오지만,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억울한 일에 휘말려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그는 권총을 쏘았다. 총소리가 골짜기의 불안한 침묵을 깨뜨렸다. 곧이어 사방이 다시 조용해졌다. 그는 격렬하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들었다. 벌써 범죄를 저지른 것만 같았다. 불현듯 정신을 차렸고 사악한 꿈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다시 길을 걸었다. (……) 그는 구름이 여기저기 떠 있는 신비한 하늘 아래에서 걷고 또 걸었다. 때로는 어두웠다가 때로는 도망치는 달이 남긴 푸르스름하고 희미한 빛에 모습을 드러내는 거친 오솔길이었다.”(192∼1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