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erful Weather for the Wedding | 줄리아 스트레이치 | 공보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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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img src="/icons/aquarius_red.svg" alt="/icons/aquarius_red.svg" width="40px" /> “결혼을 막아! 결혼을 막아! 결혼을 막아! 결혼을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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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속이며 살아가는 삶들이 뒤엉켜 만들어내는 유별나고 괴상하지만 ‘쾌적한’ 결혼식 파노라마
☄ 버지니아 울프가 “드물게 완벽하고 개성이 있다”라고 극찬했던 줄리아 스트레이치의 대표작. 작가도 작품도 국내 첫 소개. 울프의 호가스 출판사에서 덩컨 그랜트의 표지 디자인으로 출간되었다.
‘돌리’의 결혼식을 앞두고 모여든 사람들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소설로, 결혼에 확신이 없는 신부와 불쑥 나타나 돌리를 뒤흔드는 전 애인 ‘조지프’, 잿빛 하늘에 거센 바람이 불어드는데 자꾸 날씨가 좋다는 말을 반복하는 신부의 엄마 ‘대첨 부인’까지. 저마다의 이유로 격앙되는 등장인물들은 그것이 자신의 마음 때문인지,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인지 점점 구별할 수 없게 된다. 상대를 속이는 것보다 자신을 속이는 것이 쉬운 사람들, 그렇게 모두가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어서 어떻게든 굴러가는 삶을 기괴하고 ‘쾌적하게’ 보여준다. 2012년 영국에서 펄리시티 존스가 돌리 역을 맡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을 붙들고 초점 나간 미래로 ‘행진’
영국 3월의 어느 날. “강한 바람이 우짖으며 휘몰아치고” 있었다. 돌리의 결혼식에 맞춰 대첨가의 시골 저택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대첨 부인은 그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하지만 벌써 다섯 명에게 “라일락 방을 준비해뒀어요”라고 말했다. 어딘가 정신이 나간 것은 아닐까. 한편 결혼에 확신이 없는 돌리는 “침실에 앉아 럼주”를 마시고, 조지프는 연신 “결혼을 막아!”라고 중얼거리며 돌리를 찾아다닌다. 돌리는 아래층에서 자신을 부르는 조지프의 목소리를 듣고, 만약 지금이라도 조지프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지만 이미 늦었다. 시간은 없고 결정도 내려졌다. 오후에는 남미로 향하는 배를 타야 한다. 길게 뻗어 있는 결혼식 베일을 보면서, 돌리는 어쩐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고 느낀다. 종잡을 수 없는 오늘의 날씨처럼.
돌리는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란 면사포와 바쁘게 일하는 하녀들을 돌아보면서 놀랍고 혼란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60쪽)
《결혼식을 위한 쾌적한 날씨》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은 대부분 격앙되어 있고 긴장 상태에 빠져 있다. 이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며, 서로 얽히면서 과잉되기만 한다. “유리 정원 문이 박박 갈리는 소리를 내며” 시끄럽게 요동치고 있는데 대첨 부인은 왜 자꾸 날씨가 좋다고 말하는 걸까. 톰은 로버트가 신은 양말을 가지고 왜 저렇게까지 난리를 피울까. “별안간 소리”를 지르는 키티는 왜 그런 것일까. 로브는 결혼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취해서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고, 벨라 이모는 하인 자랑을 늘어놓기 바쁘다. 오언은 돌리의 거북이를 멋대로 풀어준다. 그렇게 돌리의 미래가 확정되었다고 생각하면, 대첨 부인이 “돌리의 결혼식 날에 날씨가 참 아름답구나!”라고 외운 주문은 통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언은 “돈이 넘쳐”나는 부자니까. 그런데 조지프…… 조지프가 대첨 부인에게 한 말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실언인가. 폭로인가. 아니면 그저 별나게 굴고 싶었던 것일까?
“흐으으으으으읍. 참 희한한 사람이야.”(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