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ous Bane | 메리 웨브 | 정소영 옮김

흄세 레터

“여기 내 사랑이자 내 주인이 왔는데, 이런, 난 언청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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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img src="/icons/aquarius_red.svg" alt="/icons/aquarius_red.svg" width="40px" /> “이렇게 좋은 날씨는 여태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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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인가 파괴할 것인가, 어떤 선택도 잘못일 수밖에 없는 비틀린 인간에 대하여

🐔 각색된 만화로만 전해지던 허버트 조지 웰스의 《신들의 양식은 어떻게 세상에 왔나》를 국내 처음으로 번역해 선보인다.

《타임머신》, 《투명 인간》, 《우주 전쟁》 등 SF의 계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을 탄생시키며 ‘SF의 아버지’라고 불린 웰스의 숨은 명작 중 하나로, 병약하고 작디작은 화학자와 성장곡선에 집착하는 생리학자가 먹으면 몸집이 거대하게 자라는 ‘신들의 양식’이란 물질을 개발하면서 벌어지는 대혼란의 세상을 그린다. ‘신들의 양식’이 만들어낸 세계가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각자의 감식안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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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독》에 대하여


아름다운 자연과 청명한 사랑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

메리 웨브는 런던에서 보낸 생애 마지막 6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영국 중서부의 슈롭셔주에서 살았다. 《값비싼 독》의 ‘머리말’에서 웨브가 밝힌 것처럼 “슈롭셔는 옛적의 위엄과 아름다움이 오래 머무는 고장”이고, “그곳에서 태어나 그 마법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한 웨브는 자연스레 슈롭셔주를 비롯한 전원의 풍경을 풍부하고 강렬하게 묘사한 작품을 주로 썼다. 아울러 “옛날이야기와 전설이 쌓여 있고 숲과 가을걷이 들판의 아름다움을 향한 한없는 사랑”이 가득했던 아버지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서른 살이 넘어서야 첫 소설을 출간하고 마흔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여섯 권의 소설밖에 남기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은 우리가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돌아보게 만든다.

둥글게 선 골풀 안쪽에 둥글게 수련이 자라고, 이 계절의 수련은 사른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자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 환하고 커다란 잎이 물 위에 평온하게 떠 있고, 잎 위로 하얗고 노란 꽃이 그보다 더 평온하게 놓여 있다. 꽃봉오리일 땐 날개 아래 얼굴을 묻고 잠을 자는 금색이 섞인 하얀 새로도 보이고, 반짝이는 돌에 새겨놓은 어떤 모양이나, 앞서 말했듯 하얀 밀랍 방울처럼도 보였다. 하지만 활짝 피었을 때의 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수련 자체였고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물이 솟았다.(285쪽)

슈롭셔주의 작은 마을 ‘사른’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살며 집안의 성마저 ‘사른’이 되어버린, 사른 집안의 남매 ‘프루’와 ‘기디언’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을 맞는다. 곡물법의 도입으로 곡물의 가격이 오를 것을 예감한 기디언은 오직 더 많은 곡물을 심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난폭한 가장 노릇을 시작하고, 소위 ‘언청이’라 불리는 입술갈림증을 가진 동생 프루는 오빠에게 노예처럼 부려진다. 프루는 마을 사람들에게도 마녀 취급을 받으며 멸시당하지만,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자연에게 위로받으며 담대하게 삶을 이어나간다. 반면 기디언은 프루에게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고 악담하면서도 자신은 경제적으로 부유해져 ‘잰시스’와 결혼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결혼을 반대한 잰시스의 아버지가 기디언의 곡물 밭에 불을 지르고, 프루에게 ‘케스터’라는 남자가 나타나면서 남매의 운명은 완전히 뒤바뀌는데…….

소설의 제목인 ‘값비싼 독’은 존 밀턴의 대서사시 《실낙원》에서 따온 것으로, 인간의 가치를 저버리고 값비싼 재물만을 탐하면 도리어 그것이 독이 되어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의미다. 곡물법의 도입을 눈치챈 기디언은 더 넓은 땅에 더 많은 곡식을 심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지만, 그 성실성과 자본주의적 특성의 이면에는 동생과 연인마저 오로지 ‘돈’이라는 목표를 향한 수단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불편한 인식이 자리한다. 잰시스 아버지의 방화로 곡물 밭을 잃은 기디언은 분노를 이기지 못해 잰시스와 자신의 아이마저 매몰차게 외면하고, 결국 잰시스는 아이를 안은 채로 차가운 호수로 걸어 들어간다. 곡물 밭을 잃고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기디언은 그제야 자신에게 남아 있던 소중한 존재에 대해 깨닫지만,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건 “천천히 엉겨 흐르는 흰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일뿐이다.

반면 프루는 “영혼을 수천 번 팔아서라도 아름다운 얼굴을 얻어”내고 싶어 하지만 ‘장애’라는 현실에 체념하지는 않았고, 남자들보다 더 강인하고 훌륭하게 육체적인 밭일을 해낸다. 자연과 땅에 대한 프루의 관심과 애정은 케스터라는 비현실적인 캐릭터와의 접점도 만들어낸다. 소설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 중 하나인 허물 벗는 잠자리를 함께 바라보는 장면은 두 사람이 생각하는 삶의 가치가 닮아 있음을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나아가 황소와 개를 맞붙이는 ‘황소 괴롭히기’를 참을 수 없던 길쌈꾼 케스터는 황소 대신 자신이 사나운 개 앞에 서게 되고, 케스터에게 마음을 빼앗긴 프루는 케스터를 구하려고 사나운 사람들 앞에 스스로를 내세운다. 무언가를 지켜내기 위해 앞뒤를 재지 않는 이들의 깨끗한 마음은 서로를 향한 청명한 사랑으로 이어지고, 우리는 서로에게 ‘백마 탄 기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맑은 감동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