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ry of the Pointed Firs | 세라 온 주잇 | 임슬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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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펀딩]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37 《뾰족한 전나무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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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한정 어나더 커버
<aside> <img src="/icons/aquarius_red.svg" alt="/icons/aquarius_red.svg" width="40px" /> “사랑이 필요한 모든 것을 한껏 사랑해온 마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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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한 시절을 온전히 떼어주는 사람들, 밀려오는 시간에 완만히 퇴적되는 그리움에 대하여
☃️ ‘미국 문학의 3대 걸작’ _윌라 캐더
윌라 캐더가 ‘미국 문학의 3대 걸작’이라 극찬하고 직접 편집했던 세라 온 주잇의 대표작. 국내 첫 출간. 작가도 단행본으로는 처음 선보인다.
미국 지방주의 문학의 선구자이자 당대 최고의 작가였던 주잇은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의 집필에 영감을 준 실제 주인공으로도 알려져 있다. 《뾰족한 전나무의 땅》은 특출난 주인공이 없고 ‘더닛 랜딩’이라는 하나의 마을과 몇 명의 개성 있는 등장인물을 다루는 삽화 형태의 서사 구조다. 이름 없는 화자는 그곳에서 여름을 보내며 서로에게 한 시절을 온전히 내어주는 이들의 삶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함께 경청하게 되는 독자는 살아가는 지역이 길러내는 사람들과 그들이 이룬 공동체, 밀려오는 시간에 완만히 퇴적되는 곡진한 그리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야기하기 기억하기 다가오는 그리움 환대하기
이름 없는 화자가 여름을 보내기 위해 작은 어촌 마을인 더닛 랜딩에 도착한다. 은둔자가 되고자 했던 화자는 하숙집 주인이자 약초 애호가인 ‘토드 부인’의 세심한 환대에 결코 은둔할 수 없는 곳임을 깨닫는다. ‘스위트브라이어’, ‘코스트메리’, ‘발삼’, ‘세이지’, ‘전나무’ 등이 뿌리내린 모습을 바라보며 더닛의 풍경을 그려보고, ‘리틀페이지 선장’, ‘윌리엄’, ‘일라이자 틸리’ 등을 만나 대화하며 그들의 삶을 체험한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모두 애정을 지닌 지역의 토양에서 자라나는 존재들이다. 주잇은 그 존재들을 이야기 속 배경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고유의 서사를 풍부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토드 부인이 우리 이웃의 역사를 전부 이야기해주었다. 같이 어린 시절을 보냈고, 부인의 말을 빌리자면 “저마다 고생을 잔뜩 하고 그 고생의 명암을 전부 깨우칠 때까지” 함께했다.(23쪽)
극단적인 상황과 인물이 없는 《뾰족한 전나무의 땅》은 공동의 기억을 보존하려는 사람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꾸리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과거에 향수를 느끼는 것을 넘어 공동체의 정체성을 가꾸려고 한다. 낮 동안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듣고 온 화자가 토드 부인에게 이야기를 전할 때 토드 부인은 이미 여러 번 들은 말인 걸 알지만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계승되어야 하는 유대감이 있다는 듯. “한 사람이 사회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자기만의 몫을” 수행해야 한다는 듯. 《뾰족한 전나무의 땅》이 더욱 빛나는 건 더닛 랜딩이라는 공동체가 다양성을 살피고 존중한다는 데 있다.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조애나 토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림받고 품었던 끔찍한 생각 때문에 신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생각해 아무도 찾아오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작은 섬에 혼자 틀어박혀 죽을 때까지 홀로 살아간다. 섬에서 나오라는 사람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이내 공동체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난 삶”을 살기로 정한 조애나를 존중한다. 그럼에도 “고기 잡으러 가는 길에 섬에 들러” 선물 꾸러미를 조용히 두고 오거나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지 세심히 살핀다. 그의 장례식을 치를 때는 조애나가 “줄곧 뭍에 남아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했던 것처럼 다들 지극히 공손”한 태도로 참석하며 한 여성의 개인사를 공동체의 역사로 섬세하고 존중 어린 태도로 귀속시킨다.
세상에는 언니처럼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어.(1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