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海的狐步舞 | 무스잉 ****| 강영희 옮김
흄세 레터
[예스펀딩]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38 《상하이 폭스트롯》
구매처
🧞♀️ 알라딘
👌 예스24
📚 교보문고
**안녕 에디션**
예스24 한정 어나더 커버
<aside> <img src="/icons/aquarius_purple.svg" alt="/icons/aquarius_purple.svg" width="40px" /> “죽을 때까지 살 수 있는 덜 메마른 곳을 찾을 것이다.”
</aside>
순응하거나 도태되거나⋯⋯ 기쁨을 가두는 가혹한 시절에 대한 거침없는 스텝
🏝️ 1930년대 모던 상하이의 밤 문화를 사랑했던 작가 무스잉의 소설집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무스잉은 류나어우 등과 함께 중국 최초로 모더니즘 문학을 도입한 신감각파의 선구자로 불리는데, 그의 문학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대표 단편소설 일곱 편을 모았다.
쏟아져 들어오는 서구의 문화와 사상 속에서 순응하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는,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춤추는 것밖에 없던 상하이 젊은이들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폭스트롯 댄스 리듬에 맞춘 듯한 감각적인 문장으로 그린다.
상하이의 이중성을 세련된 기교로 예리하게 포착한 무스잉
1930년대 상하이에는 영국과 미국, 프랑스의 조계지를 중심으로 서구의 온갖 문물이 빠르게 수입되었다. 댄스홀, 영화관, 호텔, 백화점 등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상하이의 밤을 물들였고, 댄스홀에서는 폭스트롯과 찰스턴 같은 사교춤이 매일 밤 펼쳐졌다. 어린 시절부터 외국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무스잉은 상하이 광화 대학 서양문학과에 입학해 당시 득세하던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다양한 작품 세계를 경험한다. 하루가 다르게 뒤바뀌는 상하이의 풍경과 외국 소설에서 접한 실험적인 문학 형식이 무스잉의 작품을 당대 중국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세계로 이끈 것이다.
행복의 바깥으로 내던져졌지만 죽을 생각 따윈 고사하고 그저 ‘제기랄’이라고 한마디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생활 속으로 걸어간다.(〈상하이 폭스트롯〉, 70쪽)
당시 상하이는 ‘동양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했지만, 그 뒤쪽에는 급속한 도시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한 채 소외되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누군가에게는 상하이가 활력 넘치는 기회의 땅이지만, 굉음을 내지르는 기계에 “벽돌처럼 평평하고 매끈하게 싹둑” 팔이 잘린 사람에게는 지옥 같은 도시일 뿐이다. 〈팔이 잘린 사람〉은 상하이라는 근대화 도시의 말단에서 폭력과 착취의 노동 현장을 견디다가 한순간의 사고로 팔을 잃고, 엇나간 자격지심 때문에 가정에서까지 스스로를 내몰며 끝내 파멸에 이르는 도시 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리얼하게 펼쳐 보인다. 표제작인 〈상하이 폭스트롯〉은 밤과 유흥 문화를 선망하고 즐기면서도 댄스홀의 불이 꺼지듯 한순간에 그것이 사라져버릴까 두려워하는 인물들의 이중적인 심리를 당시 유행하던 폭스트롯 댄스 리듬에 맞춘 듯한 감각적인 문장으로 그린다. 어머니와 아들의 연애를 묘사하는 장면도 파격적이다.
〈심심풀이가 된 남자〉는 여자를 혐오한다면서도 “자극과 속도를 추구하는” 도시 문화의 상징 같은 여성 ‘룽쯔’에게 끌려다니다 심심풀이로 전락하고 마는 남자의 심리를 재즈, 네슬레 초콜릿 사탕, 선키스트, 애프터눈 티 같은 도시 이미지 속에 자연스레 녹여낸 작품이다. 아울러 클래라 보, 빌마 뱅키, 노머 시어러 등 당대의 스크린을 주름잡던 영화배우의 이름도 자주 등장하는데, 작가가 영화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스잉은 각종 영화 논평에 참여해 글을 쓰거나 직접 영화를 감독하기도 했다. 무스잉 소설의 주된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영화적 상상력’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무스잉은 빠른 장면전환과 속도감 넘치는 묘사로 소설을 자주 시각화하는데, 특히 점점이 흩어진 듯한 상하이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긴밀히 이어 붙이는 몽타주 기법에 능했다.
느닷없이 튕! 한 줄의 현이 뚝 끊어졌다. 조니가 고개를 숙이고 손을 내렸다. “어쩔 수가 없어요(I can’t help)!” 춤추던 사람들도 멈춰 서서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핑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누구도 어쩔 수가 없어(No one can help)!” 지제가 끊어진 현을 보고 불쑥 말했다. “이게 그의 삶의 전부야(C’est totne, sa vie).” (〈나이트클럽의 다섯 사람〉, 1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