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삶의 궤적 속에서 돌아보면 언제나 내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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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img src="/icons/sun_gray.svg" alt="/icons/sun_gray.svg" width="40px" /> "우리가 딱 한 번 우리끼리 멀리 가서 좀 쉬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요?" _《4월의 유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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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한 나의 세계와 할머니라는 세계

“잠깐만 생각해봐, 난 아주 놀라운 인생을 살았어.”💞

매거진 흄세


021 도련님

022 사라진 모든 열정

023 4월의 유혹 

024 마마블랑카의 회고록

025 불쌍한 캐럴라인


아프고 외로워도 당당하고 활기차게

할머니가 되어도 지금 좋아하는 일을 놓지 않겠다는 사람들을 이제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본받고 싶은 사람도 꼭 한두 분은 품고 있죠. 그들은 ‘할머니’라는 호칭 안에 지켜야 할 ‘나다움’이 있다는 걸 이해합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제한된 역할로만 노년 여성을 대 하려고 하니까요. 늙는 걸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마치 어떤 사람이 될지 선택할 수 없다는 의미처럼 여기죠. 하지만 이런 편견들을 닦아내면 보일지도 모릅니다. 할머니라는 세계가 얼마나 다채로운지요.

《불쌍한 캐럴라인》에는 열정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할머니 ‘캐럴라인’이 나옵니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캐럴라인의 꿈과 신념을 비웃으며 불쌍하다고 말하지만, 편견 어린 시선과 외로움 속에서도 지켜내야 할 큰 뜻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사라진 모든 열정》의 ‘슬레인 백작부인’은 남편의 장례를 치른 뒤 이제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살 거라고 자식들에게 선언합니다. 혼자 살 집도 미리 봐뒀으며, 태어난 날보다 죽을 날에 더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면 곁에 두고 싶지 않다고 하죠. 이후 말이 잘 통하는 또래들과 어울리며 안도감과 해방감을 느끼는데요, 그 속에서 살아온 삶과 다가올 죽음을 가만히 응시합니다. 《4월의 유혹》에 나오는 ‘피셔 부인’은 가장 극적으로 변합니다. 처음에는 완고하고 무뚝뚝하지만, 지중해가 펼쳐진 이탈리아의 작은 성이 부리는 “행복의 마법”에 봄날의 꽃처럼 피어나 이내 환한 미소를 보냅니다. 《마마 블랑카의 회고록》의 ‘블랑카 니에베스’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면 소중히 간직하라고 귀띔합니다. 모든 게 변해도 마음속에 품은 기억만은 퇴색되지 않는다면서요. 조건 없는 사랑을 무한히 베푸는 《도련님》의 ‘기요 할멈’은 평생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에게 받는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려주죠.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5의 테마는 ‘할머니라는 세계’입니다.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한 순간,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일에 헌신하며, 사랑을 꺼뜨리지 않은 채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평온함 속에서 과거와 아름답게 마주하는 할머니들을 만나러 갈 준비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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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 정수윤 옮김

애정을 담아 ‘도련님’을 부르는 유일한 사람 기요 할멈, 평생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에게 받는 사랑의 크기에 대하여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지금까지는 주로 고지식하지만 정의로운 도련님 캐릭터만 강조되었으나 실제 소세키가 친부모에게 외면받고 그들을 조부모로 알았던 사실에 주목해본다면, 그가 창조해낸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 ‘기요 할멈’이 조금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세상에 딱 한 명뿐이라도 온전한 내 편에게 받는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 사랑으로 무엇이 변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이 작품은 여전히 세계문학 필독서로 꼽힌다. 원문의 활기를 그대로 살려 생동감 있게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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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 사라진 모든 열정 헤르만 헤세 | 이노은 옮김

여든여덟 해 동안 멈춘 적 없는 은밀한 날갯짓,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내면의 방문을 열 시간

버지니아 울프의 연인이자 당대 더욱 인기 있는 작가였던 비타 색빌웨스트의 대표작. 남편을 떠나보내고 비로소 마음대로 살기를 선언한 여든여덟 살의 주인공 ‘슬레인 백작부인’이 새로 얻은 ‘자기만의 집’에 머물며 누리는 노년의 생활을 그린다.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 몰두한다는 점, 출간 당시 크게 성공해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의 대표이기도 했던 울프에게 금전적 여유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작품 안팎으로 《자기만의 방》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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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 4월의 유혹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 | 이리나 옮김

가정, 남편, 지나친 관심, 늙음…… 질척대는 현실을 떠나 천국에 당도해버린 네 여자의 마법 같은 이야기

캐서린 맨스필드, 버지니아 울프가 극찬했던 소설가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의 대표작. 이탈리아의 작은 성에서 4월 한 달을 보낼 기회를 준다는 광고에 속수무책으로 이끌린, 그러니까 가정, 남편, 지나친 관심, 늙음이란 질척대는 현실을 떠나 천국에 당도 해버린 네 여자의 마법 같은 이야기. 어른도 노인도 마음의 문을 열면 얼마든지 더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자명하지만 소중한 삶의 긍정성을 일깨운다. 마이크 뉴얼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했으며, 브로드웨이를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지금도 활발하게 극화되는 살아 있는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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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 마마 블랑카의 회고록 테레사 데 라 파라 | 엄지영 옮김

과거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되살아나는 것…… 봉인 해제, 베네수엘라 할머니의 비밀 회고록

베네수엘라 최초의 위대한 여성 작가이자 가장 탁월한 라틴 아메리카 여성 작가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테레사 데 라 파라의 대표작. 국내 초역. 일흔다섯 살의 할머니가 눌러쓴 회고록이자 지금은 사라진 보물 같은 낙원으로서의 어린 시절과 베네수엘라 농장 사회의 아름다운 세계를 시적인 문체로 그린 소설이다. 마마 블랑카가 들려주는 조곤조곤하지만 유머러스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삶의 무한한 지평을 열어주는 ‘이야기 박물관’의 역할을 한다. 베네수엘라를 넘어 범세계적인 고전으로 자리 잡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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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 불쌍한 캐럴라인 위니프리드 홀트비 | 정주연 옮김

‘혐오든 연민이든 멋대로 하라지!’ 우스꽝스러운 할머니가 되더라도 지켜야 할 나다움

소외된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 운동가이자 인정받는 소설가였던 위니프리드 홀트비의 대표작 중 하나. 국내 초역. 개인적인 사랑보다는 사회적인 성공을 꿈꾸는 일흔두 살의 주인공 ‘캐럴라인’을 둘러싼 다양한 주변 인물의 목소리를 담아낸 소설로, 가난한 비혼의 노년 여성을 향한 혐오와 연민의 시선을 가볍게 튕겨내는 작품이다. 거의 매 장이 ‘불쌍한 캐럴라인’이라는 말로 끝나지만, 꿋꿋이 신념을 지키며 목표를 좇는 캐럴라인의 모습은 정말로 불쌍한 이들이 누구인지 되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