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하고 축축한 삶의 단면들에 대한 거침없는 서사
<aside> <img src="/icons/sun_gray.svg" alt="/icons/sun_gray.svg" width="40px" />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기쁨은 내가 죽거나, 아니면 저이가 죽는 걸 보는 거야!” _《폭풍의 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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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복수를 양날의 검이라고 말합니다. 질투나 복수처럼 부정적인 감정은 그 감정이 향하는 대상에 앞서 그 감정을 품은 사람에게 독이라고요. 그러니 시작도 말라고, 그만두라고, 용서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질투와 복수는 사랑의 대척점에서, 사랑만큼이나 강렬한 삶의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복수는 필연적입니다. 죽음이라는 끝을 알고도 살아가듯이, 파멸이라는 결말을 알고도 멈출 수 없죠. 삶이 죽음만을 남기지 않듯이, 복수 역시 그 여정을 통해 많은 것을 남깁니다.
《폭풍의 언덕》은 비참함에서 비롯한 잔인함을 그린 대표적인 복수극입니다. 주인공 히스클리프를 비롯한 인물들은 저마다 증오와 복수심에 휩싸여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대지만, 폭풍에도 휩쓸리지 않은 사랑은 그 모든 것을 무력화합니다. 《동 카즈무후》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는 남편의 회고록인데요, 질투와 의심으로써 내려간 문장들 속에서 왜곡되지 않은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미친 장난감》은 다른 작품과 달리 특정한 누군가를 미움과 복수의 대상으로 삼지 않습니다. 주인공을 좌절시키는 것은 개인이 아닌 자본주의 사회 그 자체죠. 언뜻 위험해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엔 가장 높은 온도의 파란 불꽃을 품고 있습니다.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스릴러로, ‘살인으로 복수한다’는 분명하고 자극적인 줄거리를 통해 인종차별에 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밸런트레이 귀공자》는 형제간의 복수를 그린 작품입니다. 엇나간 지배욕과 강박관념으로 인해 파멸에 이르는 형제의 모습은 한 시대의 자화상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3의 테마는 ‘질투와 복수’입니다. 가슴 한구석에서 조용히 타오르던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한 불길로 번져나가는 이야기들 속으로 뛰어들 준비 되셨나요?
011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 황유원 옮김
복수심이 휘몰아치는 황야의 한복판…… 단 하나의 소설로 위대한 작가가 된 에밀리 브론테의 걸작
단 하나의 소설로 문학사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긴 에밀리 브론테의 불멸의 걸작. 캐서린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빗나간 사랑과 광기 어린 복수는, 그러나 그 비극의 이면으로 찾아올 무한한 평화의 순간을 귀중하게 감추고 있다. 행간을 박차고 나와 날카로운 음색으로 귓속을 긁어대는 인물들의 아우성을 인내심 있게 듣다보면, 1801년 ‘워더링 하츠’의 문을 여는 에밀리 브론테와 비로소 마주할 수 있다. 국내 처음으로 언니인 샬럿 브론테의 ‘서문’을 실었다.
012 동 카즈무후 마샤두 지 아시스 | 임소라 옮김
황폐해진 마음에서 소설의 경계까지, 질투와 의심이란 작은 돌멩이 하나로 허물어뜨리는 작품
브라질의 대문호이자 심리소설의 대가인 마샤두 지 아시스의 대표작. 국내 초역. ‘무뚝뚝 경’이란 뜻의 ‘동 카즈무후’라 불리는 주인공이 자신의 친구를 닮아가는 아들을 보며, 끊임없이 아내를 의심하고 질투하는 과정을 회고의 형식으로 그린 소설이다. ‘질투와 의심’이란 작은 돌멩이 하나로 황폐해진 주인공의 마음과 소설의 경계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허물어뜨리는 보기 드문 작품.
013 미친 장난감 로베르토 아를트 | 엄지영 옮김
위반하거나 배신해야 증명되는 존재들, 그들이 사회와 돈의 세계에 날리는 묵직한 크로스 펀치
보르헤스의 대척점에서 아르헨티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로베르토 아를트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 국내 초역. 자본주의 사회에서 떠밀린 청년이 사회의 중심부에 접근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차별과 가난이라는 절망 속에 자신을 가둔 사회와 돈을 향해 날리는 묵직한 ‘크로스 펀치’라고 할 수 있다. 위반하거나 배신하지 않고서는 스스로를 증명해내기 어려운 아르헨티나의 혼돈을 반영한 작품이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와 포개 읽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014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보리스 비앙 | 이재형 옮김
어긋난 복수심이 맞닥뜨린 낭떠러지…… 거침없이 질주하는 20세기 프랑스 누아르 소설의 고전
알베르 카뮈, 앙드레 말로 등 당시 엘리트 작가들의 책을 제치고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이자 실제 살인 사건의 현장에서 밑줄이 그어진 채 발견되어 논란이 된 작품. 어긋난 복수심이 빚어낸 파국과 신랄하고 자극적인 서사로 출간 당시에도 독자와 평자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지금도 수많은 나라에서 번역되며 인종이나 계급의 차별 문제를 예리하게 다룬 20세기 프랑스 누아르 소설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015 밸런트레이 귀공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이미애 옮김
출구 없는 고통이 낳은 비뚤어진 복수심과 모욕을 견디며 조용히 자란 복수심이 맞대는 칼날
모험과 추리 소설의 대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그리는 스코틀랜드, 인도, 뉴욕을 오가는 형제 복수극. 국내 초역. 출구 없는 고통이 낳은 형의 복수심과 조용히 모욕을 견디며 키운 동생의 복수심이 서늘한 칼날이 되어 서로를 겨눈다. 그러나 이 칼 끝에는 들끓는 증오와 복수심도 결국에는 인간의 삶을 얼어붙게 만든다는 소중한 성찰이 담겨 있다. 뛰어난 페이지터너로서의 스티븐슨의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