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살인, 위험, 파멸, 유령…… 그럼에도 계속되는 여성들의 삶
<aside> <img src="/icons/alien_gray.svg" alt="/icons/alien_gray.svg" width="40px" /> “두 세기 전 여성의 삶을 지금의 현실에 빗대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불러일으키는 압도적인 공포가 있다.”
_천희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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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정체를 모르는 대상으로부터 막연한 공포와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면 온전한 마음으로 세계를 살아가기란 어렵곘죠.
바다 건너 100여 년 전의 여성 작가들도 그랬습니다. 여성이 소설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받아야 했지만(그래서 메리 셸리도 《프랑켄슈타인》을 익명으로 처음 발표했다고 하죠), 이들은 소설 쓰기를 절대로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현실의 영역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마주해야 하는 두려움과 공포를 불 꺼진 책상에서 엎드려 눌러쓴 것 같은 축축하고 날 선 문장들로 그려냈습니다.
여성에 대한 낡은 클리셰 대신 갖은 증오로 중무장한 《프랑켄슈타인》의 섬뜩한 괴물을 탄생시켜 세상을 놀라게 한 메리 셸리, 인간이 가진 어두운 본성을 섬세하게 포착해냄으로써 극도의 공포감을 만들어낸 엘리자베스 개스켈, 《순수의 시대》의 작가가 썼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진홍빛 공포의 세계를 그려낸 이디스 워튼, 자신을 레즈비언으로 규정하고 차별하는 세상에 맞서야 했지만 빼어난 지식과 매력을 갖춘 독보적 캐릭터를 탄생시킨 버넌 리, 문학사에서 가장 단단하고 정교하게 축조된 ‘유령의 집’으로 손꼽히는 《초대받지 못한 자》를 써낸 도러시 매카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여성 작가와 여성 서사가 온전한 평가를 받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지만, 여성에 대해 말하는 여성 작가는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특히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의 억눌린 욕망을 대변하는 것으로 그 장르적 특성을 발전시켜온 공포소설의 역사에서는 여성 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1의 테마는 ‘여성과 공포’입니다. 100여 년 전 다섯 명의 여성 작가가 쓴 공포소설을,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여성 번역가가 옮겼습니다. 이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두렵지만 매혹적인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001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 박아람 옮김
괴물의 얼굴 뒤에 숨은, 괴물보다 더 흉측한 인간의 욕망을 파헤친 불멸의 공포소설
천재 작가 메리 셸리의 대표작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포소설. 메리 셸리는 여성에 대한 낡은 클리셰 대신 갖은 증오로 중무장한 《프랑켄슈타인》의 섬뜩한 괴물을 탄생시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2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작품과 그가 창조해낸 괴물이란 세계는 다양한 장르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그 위대함을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 어떤 고전에도 뒤지지 않는 역동적인 생명력을 지닌 ‘가장 젊은 고전’이자 박아람의 미려한 번역으로 출간되는 ‘가장 최신의’ 《프랑켄슈타인.》
002 회색 여인 엘리자베스 개스켈 | 이리나 옮김
살인마 남편과 맥락 없는 폭력에 맞서는 여성들의 불안을 촘촘하고 폭발력 있게 그린 고딕 스릴러
찰스 디킨스가 사랑한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대표 공포소설 세 편을 담았다. 세 작품 모두 작가의 단행본으로는 국내에 처음 출간되는 것. 표제작인 〈회색 여인〉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주변의 권유와 쉽게 거스르기 어려운 사회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 여성이 살인마 남편을 피해 달아나는 과정을 그린 숨 막히는 고딕 스릴러다. 억눌린 여성의 운명과 욕망이 불 꺼진 집 안을 벗어났을 때 생겨나는 서스펜스를 촘촘하고 폭발력 있게 그려낸다.
003 석류의 씨 이디스 워튼 | 송은주 옮김
《순수의 시대》의 작가 이디스 워튼이 초대하는 위험하지만 매혹적인 진홍빛 공포의 세계
《순수의 시대》의 작가 이디스 워튼이 초대하는 진홍빛 공포의 세계.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이디스 워튼의 고딕소설 세 편과 대표작 한 편을 담았다. 위선적인 미국 상류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했던 다른 작품들에선 찾아볼 수 없는 미스터리와 그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고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다. 표제작인 〈석류의 씨〉는 결혼과 함께 집 안이 유일한 활동 영역이 되어버린 여성이 의문의 편지에 담긴 비밀을 밝혀나가며 여성에 대한 금기와 혐오, 불안과 마주하는 이야기다. 이디스 워튼이 열어놓는 공포의 세계는 위험하지만 매혹적이다.
004 사악한 목소리 버넌 리 | 김선형 옮김
인문학적 지식과 파괴적 매력을 갖춘 독보적 캐릭터, 도착적이고 강박적인 애증이 만들어내는 파멸에의 공포
인문학적 지식과 파괴적 매력을 갖춘 독보적 캐릭터로 대표되는 버넌 리의 단편 세 편과 창작관이 담긴 산문 한 편을 모았다. 작가의 단행본은 국내에 처음 출간되는 것. “지적인 만큼이나 위험하고 섬뜩하게 낯설다”는 헨리 제임스의 말처럼 버넌 리의 소설은 아는 만큼 두려워지고, 두려운 만큼 새로워지는 환각과 환영의 세계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표제작인 〈사악한 목소리〉는 바그너만을 추종하며 인간의 육성이 만들어낸 음악을 음란하고 불순한 것으로 치부했던 한 작곡가의 광기를 다룬 작품. 도착적이고 강박적인 애증이 만들어내는 파멸에의 공포가 섬뜩하다.
005 초대받지 못한 자 도러시 매카들 | 이나경 옮김
문학사에서 가장 단단하고 정교하게 축조된 ‘유령의 집’이자 현대 여성 고딕소설이 이루어낸 눈부신 성취
문학사에서 가장 단단하고 정교하게 축조된 ‘유령의 집’으로 손꼽히는 작품. 국내 초역. 도시 생활에 찌든 남매가 아름다운 바닷가의 전원주택을 사들이고 기이한 사건들을 경험하며 집에 얽힌 미스터리를 폭로해나가는 이야기는, 그러나 그 익숙한 흐름을 단번에 전복시키는 놀라운 반전을 숨기고 있다. 고딕소설의 전통 속에서 여성의 위치를 예리하게 인식하고 문제 제기 한 작품이자 고딕의 문법을 가장 모범적으로 재현해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