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존재가 되어야만 나아갈 수 있는 삶의 결정적 한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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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img src="/icons/sun_gray.svg" alt="/icons/sun_gray.svg" width="40px" /> “나 자신을 너무 많이 속여선 안 돼.”_《노인과 바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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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흄세


016 노인과 바다

017 데미안

018 여행자와 달빛 

019 악의 길

020 위대한 앰버슨가


흄세 레터

금요일에 시간 어때요?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에 흄세를 드립니다


어디로든 걸어가야 하는 길목에서

여러분의 삶은 몇 번의 ‘결정적 한순간’으로 이루어져 있나요? 누군가는 자신의 선택으로 생길 결과들을 미리 떠올려봅니다. 순간을 잘 포착해내려는 카메라처럼요. 하지만 예상한 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죠. 인화해보니 초점이 나간 사진들을 보며 헛웃음 지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문득 인생을 돌이켜본 후에야 자신이 통과해온 변곡점들을 찍을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체로 의미 부여 하지 않으며 살겠죠.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합니다. 너무 중요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어떤 선택도 못 할 것 같았는데 호수처럼 고요할 때도 있습니다. 가볍게 내렸던 결정인데 걷잡을 수 없는 폭풍이 되어 모든 걸 휩쓸어버릴 때도 있습니다. 어쩌면 삶은 어디로든 내디뎌야 하는 길목들의 총합이 아닐까요.

《노인과 바다》의 노인은 다 타버린 모닥불처럼 보이지만, 강렬한 불꽃을 피울 수 있다는 믿음을 놓지 않고 위대한 사투를 벌입니다. 《데미안》의 주인공은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고유한 운명을 개척해갑니다. 삶은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단 하나의 과정임을 증명하죠. 《여행자와 달빛》에서는 타야 할 기차를 타지 못한 주인공이 우연을 가장한 운명적인 만남들을 겪습니다. 마주해야 하는 과거는 아무리 멀리 도망치더라도 소용없다는 걸, 한 번은 통과해야 진정한 내일을 맞을 수 있다는 걸 배웁니다. 《악의 길》에는 죄와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두 사람이 나오는데요, 눈감을 수 없는 거대한 진실 앞에서 나무가 된 듯 옴짝달싹하지 못합니다. 《위대한 앰버슨가》는 빠르게 밀려오는 시대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고 휩쓸려 좌초되는 가문을 포착해내며 몰락한 한때의 자화상을 완성합니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4의 테마는 ‘결정적 한순간’입니다. 소년의 성장과 가문의 몰락, 트라우마와 진실 앞에서 물러설 곳 없는 사람들, 그리고 한 생애를 걸고 벌이는 노인의 사투까지 다섯 작품을 선보입니다. 오늘도 크고 작은 선택으로 삶의 윤곽을 그리고 있을 여러분을 되돌아갈 수 없고 모든 것이 송두리째 바뀔 갈림길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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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황유원 옮김 사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단 한 번의 사투. 아득한 심해에서 건져 올린 반짝이는 삶의 진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이자 그에게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작품. 팔십사 일 동안 고기를 낚지 못하며 ‘운 나쁜 어부’라 낙인찍힌 노인이 청새치 한 마리를 잡으려 벌이는 사투를 그린다. 이 단순하고 사실적인 이야기와 문장들은, 그러나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남기며 오늘날까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전작에 쏟아진 혹평으로 상심해 있던 헤밍웨이에게 다시 날개를 달아준 소설이기도 하다. 원문의 호흡을 존중하고 긴장감을 살려 새롭게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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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 데미안 헤르만 헤세 | 이노은 옮김

삶은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단 하나의 과정, 방향을 잃은 순간이면 언제든 펼쳐볼 세계문학의 고전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잡이. 데미안을 만난 싱클레어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깨뜨리며 세상에 나오는 이 작품은 어떤 삶을 살든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고 외친다. 이미 소설가로 명성을 얻었던 헤세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이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마저 헤세가 부수고 나오고 싶었던 세계를 가늠하게 하며, 출간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세계문학 필독서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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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 여행자와 달빛 세르브 언털 | 김보국 옮김

병적이고 어두웠으나 그립고 달콤했던, 덮어두었으나 결코 희미해진 적 없던 시절에 대하여

보르헤스의 대척점에서 아르헨티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로베르토 아를트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 국내 초역. 자본주의 사회에서 떠밀린 청년이 사회의 중심부에 접근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차별과 가난이라는 절망 속에 자신을 가둔 사회와 돈을 향해 날리는 묵직한 ‘크로스 펀치’라고 할 수 있다. 위반하거나 배신하지 않고서는 스스로를 증명해내기 어려운 아르헨티나의 혼돈을 반영한 작품이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와 포개 읽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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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 악의 길 그라치아 델레다 | 이현경 옮김

황폐한 마음을 열고 들어온 악에 운명을 내맡긴 존재들, 되돌릴 수 없는 악의 길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진실

알베르 카뮈, 앙드레 말로 등 당시 엘리트 작가들의 책을 제치고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이자 실제 살인 사건의 현장에서 밑줄이 그어진 채 발견되어 논란이 된 작품. 어긋난 복수심이 빚어낸 파국과 신랄하고 자극적인 서사로 출간 당시에도 독자와 평자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지금도 수많은 나라에서 번역되며 인종이나 계급의 차별 문제를 예리하게 다룬 20세기 프랑스 누아르 소설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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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위대한 앰버슨가 부스 타킹턴 | 최민우 옮김

사랑, 그리고 장미와 샴페인…… 한 손으로는 모두 움켜쥘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모험과 추리 소설의 대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그리는 스코틀랜드, 인도, 뉴욕을 오가는 형제 복수극. 국내 초역. 출구 없는 고통이 낳은 형의 복수심과 조용히 모욕을 견디며 키운 동생의 복수심이 서늘한 칼날이 되어 서로를 겨눈다. 그러나 이 칼 끝에는 들끓는 증오와 복수심도 결국에는 인간의 삶을 얼어붙게 만든다는 소중한 성찰이 담겨 있다. 뛰어난 페이지터너로서의 스티븐슨의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