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든 위대하든 속절없이 나를 이루는 것들에 대하여

시즌8_표지-입체세트(한줄).jpg

<aside> ☄ “‘아, 웃긴 여자’, ‘아아, 웃기고 똑똑한 여자’, ‘이럴 수가, 웃기고 똑똑한데 친절하기까지 한 여자!’” _《미스 몰》에서

</aside>

세트 상세 페이지

매거진 흄세


036 주홍글자

037 뾰족한 전나무의 땅

038 상하이 폭스트롯

039 사생아

040 미스 몰 


지나간 시절을 쉬이 잊지 않는 여러분에게

어디까지 가보셨나요? 시즌 1 ‘여성과 공포’로 시작된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이 시즌 8 ‘나의 기쁨, 나의 방탕’을 끝으로 시즌제 출간을 종료합니다. 메리 셸리에서 E. H. 영까지, 1801년 워더링 하이츠에서 1932년 상하이 댄스홀까지⋯⋯ 우리에게 필요한 세계문학 고전의 문을 낯선 방식으로 열어온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은 여기서 시즌제를 멈추지만, ‘안녕’이 작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처럼 발걸음을 돌려 또다시 새로운 만남을 준비합니다.

“몇 년 동안이나 끈덕지게 마음을 괴롭혀서 끝내 종이에 꾹꾹 눌러쓸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은 위대하든 보잘것없든 속절없이 문학이 됩니다.” 《뾰족한 전나무의 땅》을 ‘미국 문학의 3대 걸작’으로 꼽은 윌라 캐더는 세라 온 주잇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속에 끈적하게 들러붙은 불편한 장면들까지 떼어내지 않고 받아들여야 수백 년을 살아남는 ‘문학’이 되듯이, 위대하든 보잘것없든 ‘나’를 이루는 것들을 담대하게 마주해야 비로소 내가 ‘나’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주홍 글자》는 ‘낡아빠진 통념의 낙인’이라는 앙상한 이미지로 작품을 ‘낙인찍은’ 독자에게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가닿을 소설입니다. 화려한 무늬로 덧댄 인간의 비겁한 마음보다 ‘희망’이라는 간절한 글자로 새긴 정직한 마음이 희미하더라도 더 오래 빛날 수 있음을 통렬하게 드러냅니다.

《뾰족한 전나무의 땅》은 메인주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 머문 주인공이 짙어지는 여름처럼 한 계절 그곳 사람들과 나눈 짙은 우정을 밀도 높은 문장으로 그린 소설입니다. 앨미라, 블래킷, 전나무, 웜우드⋯⋯ 등장인물과 각종 나무나 약초의 이름을 가만히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몽돌 해변 너머 조붓한 만에 서서 우리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반가이 마주칠 수 있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작품입니다. 《상하이 폭스트롯》은 쏟아져 들어오는 서구의 문화와 사상 속에서 순응하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는,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춤추는 것밖에 없던 상하이 젊은이들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폭스트롯 댄스 리듬에 맞춘 듯한 감각적인 문장으로 그려냈습니다.

《사생아》는 중도에 읽기를 멈출 수 없는 소설입니다. 작가와 작품 모두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것이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이 끝내 이야기를 단번에 읽도록 만드는 보편성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스스로 창조해낸 존재에 대해서는 온전히 자신이 소유권을 지녀야 한다는 듯 행동한다는 점에서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1930년대에 《미스 몰》만큼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킨 소설이 있었을까요? 가정부인 미스 몰은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때로는 자발적인 해고를 택할 정도로 정해진 규범에도 무심한 진취적인 인물입니다. 캐릭터의 개성과 장점이 뚜렷할 때 소설에 빠져들기란 얼마나 손쉬운 일인지 여지없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우리는 헤어지거나 만날 때 ‘안녕’이라고 인사합니다.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대로 삶을 살아가는 데 익숙한 우리에게 ‘안녕’만큼 뒤쪽과 앞쪽을 한꺼번에 바라보게 하는 말도 없을 듯합니다. 세계문학 고전을 읽는 다는 건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는 일이기도 한데, 때로는 거기에 앞날을 내다보게 하는 어떤 귀중한 장치나 해답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지나간 시절을 쉬이 잊지 않는 여러분에게 이 다섯 편의 소설이 미래를 살아가는 소중한 동력이 되기를 바랍니다. 곧 다시 만나요.


시즌8 주홍글자_표1.jpg

036 주홍글자 너새니얼 호손 | 박아람 옮김

너절하고 비겁한 인간의 마음 위에 희망이란 글자를 새기는 간절함에 대하여

너새니얼 호손의 탄생 220주년을 기념해 출간하는 《주홍 글자》는 ‘낡아빠진 통념의 낙인’이라는 앙상한 이미지로 작품을 ‘낙인찍은’ 독자에게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가닿는다. 화려한 무늬로 덧댄 인간의 비겁한 마음보다 ‘희망’이라는 간절한 글자로 새긴 정직한 마음이 희미하더라도 더 오래 빛날 수 있음을 통렬하게 드러낸 소설. 윌라 캐더가 꼽은 ‘미국 문학의 3대 걸작’ 중 한 작품이기도 하다.

시즌8 뾰족한전나무의땅_표1.jpg

037 뾰족한 전나무의 땅 세라 온 주잇 | 임슬애 옮김

자신의 한 시절을 온전히 떼어주는 사람들, 밀려오는 시간에 완만히 퇴적되는 그리움에 대하여

윌라 캐더가 ‘미국 문학의 3대 걸’이라 극찬하고 직접 편집했던 세라 온 주잇의 대표작. 국내 첫 출간. 작가도 단행본으로는 처음 선보인다. 미국 지방주의 문학의 선구자이자 당대 최고의 작가였던 주잇은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의 집필에 영감을 준 실제 주인공으로도 알려져 있다. 《뾰족한 전나무의 땅》은 살아가는 지역이 길러내는 사람들과 그들이 이룬 공동체, 밀려오는 시간에 완만히 퇴적되는 곡진한 그리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즌8 상하이 폭스트롯_표1.jpg

038 상하이 폭스트롯 너새니얼 호손 | 박아람 옮김

순응하거나 도태되거나⋯⋯ 기쁨을 가두는 가혹한 시절에 대한 거침없는 스텝

1930년대 모던 상하이의 밤 문화를 사랑했던 작가이자 중국 신감각파 소설의 선구자인 무스잉의 대표 단편소설 일곱 편을 수록한 소설집. 국내 첫 출간. 쏟아져 들어오는 서구의 문화와 사상 속에서 순응하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는,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춤추는 것밖에 없던 상하이 젊은이들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폭스트롯 댄스 리듬에 맞춘 듯한 감각적인 문장으로 그린다.

시즌8 사생아_표1.jpg

039 사생아 이디스 올리비어 | 김지현 옮김

외로움, 그리고 사랑과 소유욕⋯⋯ 시공간을 뛰어넘어 계속되는 엄마와 딸의 환상 술래잡기

존재 자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시대에 풍부한 상상력으로 맞선 이디스 올리비어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 작가도 작품도 국내 첫 소개. 서른두 살의 ‘애거사’는 어머니를 여의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 극심한 외로움이 덮쳐오자 어린 시절 상상 속 친구였던 ‘클러리사’를 떠올리고, 마음속에서 되살아난 클러리사는 다음 날부터 다른 사람 앞에까지 실제로 나타난다. 외로움으로 빚은 클러리사라는 사랑의 모양은, 그러나 애거사가 점점 집착적으로 변하면서 삐거덕거리게 되는데…… . 시공간을 뛰어넘어 계속되는 엄마와 딸의 환상 술래잡기를 슬프면서도 발랄하게 보여준다.

시즌8 미스몰_표1.jpg

040 미스 몰 세라 온 주잇 | 임슬애 옮김

날카로운 유머로 집 안을 꿰매는 가정부 미스 몰, 자기 연민을 허락하지 않는 자리에 채워 넣는 자존감에 대하여

그간 문학사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가정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1930년대의 유쾌한 고전. 제임스 테이트 블랙 기념상을 수상한 E. H. 영의 대표작. 작가도 작품도 국내 첫 소개. 20년 동안 가정교사나 노부인들의 동반자로 살아오며 불안정하게 생 계를 유지해온 가정부 ‘미스 몰’이 ‘로버트 코더’ 목사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코더 집안사람들의 변덕과 기질에 휘둘리면서도 자기 주도성을 잃지 않는 미스 몰이 유리 조각처럼 흩뿌려놓은 사랑, 위트, 속삭임, 상상력…… . 이를 그 러모아 모자이크 작품을 만들어가는 독자는 어느덧 자기 연민을 허락하지 않는 미스 몰에게 푹 빠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